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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카라 - 창녀의 순정

  • 루리
  • 2016년 3월 13일
  • 3분 분량

* 반장 이치마츠 x 마피아 카라마츠 / 약간의 오소카라

나랑 이렇게 놀아나도 괜찮아?

위험한 거 아냐?

실 없는 의문을 바깥으로 새어나가기 전에 억눌렀다. 누군가 질책하면 척박하게 퍼져나가는 담배연기에 정신이 혼미해졌다고 둘러대지 뭐. 한심하게 웃는 소리를 내며 카라마츠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천박한 손길에 익숙한 듯 눈을 예쁘게 접으며 웃어온다. 만족스럽냐. 침을 뱉고 싶었다. 그 새빨간 미친놈이 왜 이 녀석에게 미쳐 돌아가는지 조금 알 법도 했다. 저렇게 웃어오는데 어쩌라고. 예쁘긴 하네. 천박함과 고귀함 그 경계선에 애매하게 서 있는 위태로운 분위기가 오히려 사람을 더 달아오르게 했다. 입꼬리를 들어 올려 노골적으로 유혹하는 행동에, 내가 무언가 금품을 가지고 있었나, 되짚어 보았다. 초라한 공장에 기숙하면서 대형 마피아 조직에 빌빌대며 살아가는 반장인 내게 그런게 있을리가 없었다. 그런데 왜, 붉으스름한 조명이 야릇한 이런 곳에 불러내서 내게 여우같은 유혹을 해대는지. 알 수 없었다. 앞으로 무슨 중대한 일이라도 맡길 셈인가. 은근하게 발 끝으로 툭툭 쳐대며 새끼 여우같은 장난을 친다. 목적이 뭐야 ?

"왜 이러는 거야?"

"왜 이러냐니."

담배를 바닥에 비벼 껐다. 흙 바닥에 구둣발이 어지럽게 마찰되는 소리가 심드렁했다. 가슴 속이 꿀렁거리며 이상야릇한 감각이 피어올랐다. 누군들 이런 녀석의 유혹을 당해낼 수 있을까, 싶지. 그 조직에 머리를 숙이느라 자세히 살펴본 적은 없었으나 녀석의 '주인'격인 그 새빨간 놈은 보통 내기가 아니었다. 보스가 직접 그런 누추한 공장까지 찾아올리는 없고. 그 밑에서 높은 직책을 맡고 있는 놈이 아닐까 혼자 생각해본 적은 있었으나 어디까지 혼자만의 생각이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녀석이 직접 공장에 찾아올 적에는 옆에 카라마츠 이 녀석을 끼고 온다는 것이었다. 어딜 가나 떨어지지 않는 것 처럼 행동했다. 연인처럼 달달하게. 겉으로 보기야 그랬지만 조금만 속을 들춰보면 그렇지도 않았다. 일방적인 주인과 노예의 관계처럼. 집착으로 얼룩진 관계였다. 카라마츠, 이 녀석은 생존을 위해 그 녀석의 옆에 붙어서 아양을 떠는거야. 그런 인생이야 드물지 않아. 이 쪽에선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는 일이었다.

그러니까. 얌전히 예쁜 척 창녀짓을 해야 할 사람이 왜 내 옆에서. 실실 웃으며 교태를 부리고 있냐는 거냐고.

교태를 부린다기에도 애매했다. 솔직히, 옆에서 술을 따라주며 기분을 맞춰주고 있는 것 뿐이니까. 나 혼자 유혹이라고 단정짓는 것 일지도. 하지만, 그렇게 교태나 야릇한 몸짓이 버릇된 사람이라면 조심,해야하는 것 아닌가. 괜히 카라마츠의 탓으로 돌려보았다. 짜증스러웠다. 그냥 얌전히 밥벌어 먹으며 고개 숙이는 삶도 나쁘지 않은데. 이런 놈과 엮여서 좋은 일이 있을리가 없다. 카라마츠가 술 잔을 기울였다. 조금 쎈건데 저건. 침을 꿀꺽 삼켰다. 분명 여자같다거나 하는 부분은 없었다. 키도 훤칠하고. 외모도 시원시원하게 생겼다. 초라하다면 오히려 나지. 피곤에 쩔어서 관리라고는 겨우 면도만 하고 다니는 신세인데. 분명 이 녀석은. 좋다는 건 다 하고 연예인처럼 대우받으며 살겠지. 그 시뻘건 놈 아래에서. 나름 신빙성 있는 망상이었다. 멀리서 보았을 때도 얼굴에서 빛이 난다고는 생각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피부가 도자기처럼 하얗고 맨들맨들했다. 삶은 달걀을 까 놓은 것 같기도 하고.

"왜 이럴 것 같아?"

이를 보이며 나름 순진한 척 웃어왔지만 그 마저도 느릿하게 야했다. 제 몸이 야하기만 한 것을 본인은 알까? 넘어가선 안되었다. 안 될 것 같은 위험한 냄새가 나. 곁에만 있어도 이렇게 위기감이 장난 아닌데. 정말로 다가가서 저 초롱초롱한 눈빛에 전염이라도 된다면. 돌이킬 수 없게 될지도 몰라.

어쩌면 벌써 넘어갔을지도 몰라. 이런게 와서 꼬시는데 안 넘어가고 배겨? 침을 꿀꺽 삼켰다. 머릿속에는 이성이 남아있었으나, 그다지 신경 쓰고 싶지는 않았다. 미래에 그 시뻘건 놈에게 해코지를 당할 생각을 하니 조금 아득해져왔지만. 지금은 그냥 이 감싸고 있는 허리를 놓고 싶지 않았다. 무슨 남자가. 이렇게 섹시할 수가 있나. 하아, 무거운 숨을 내리 쉬었다. 하하, 낮게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까지 좋아서 어쩌자는거야.

"첫 눈에 반해서."

엥?

얼굴을 조금 붉히며 수줍게 말해오는 녀석에 어리둥절해졌다. 그야말로 어이가 없을 정도로 의아했다. 나 같은 놈한테 첫 눈에 반할게 뭐가 있담. 내가 그 쪽 한테 반했다면 반했지. 당연히 농담이겠지 싶어 애써 딴청을 부리 듯 작게 웃음 소리만 흘렸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작게 떨구고는 다시 술을 조금 마셨다. 취하지도 않네. 하기야 익숙하겠지. 예쁘게 잘 빠진 손가락을 흘끗 바라보았다. 어이 없는 농담은 그만 두고 정말로 나를 왜 여기로 불러서 이 짓거리를 하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그렇게 물어볼 용기는 없었지만. 허리를 감싸고 있는 손에 땀이 찼다. 어색하게 바들바들 떨리고 있을 지도. 가면 갈 수록 예쁘고 섹시하게만 보여서. 미칠 것 같다고.

"왜 그리 떨어."

"그냥.."

눈썰미가 닌자 급이다. 살풋 웃어오는 미소에서 꽃 향기라도 나는 것 같았다. 아, 그 시뻘건 놈이 왜 이 녀석에게 죽고 못 사는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아랫배를 간질간질하게 자극하며 꽃 향기를 내뿜는다. 위험한 꽃 향기를. 그 시뻘건 놈은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까. 어딘가 모르게 그 상냥한 미소에 가학심마저 일었다. 이 녀석 딴엔 나름 평범하게 웃어보였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럴리가. 저건 타고난거야.

"아까부터 얼버무리기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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